왕자의 난 정주영 회장의 차남인 정몽구와 5남인 정몽헌이 현대그룹의 경영권을 둘러싸고 벌인 분쟁. 형제간의 치열한 싸움은 정몽헌이 정주영으로부터 단독 회장 체제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으면서 마무리됐어요.
요새 유행하는 판타지 웹소설이냐고요? 현대그룹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이에요. 20세기까지만 해도 현대그룹은 삼성을 앞서는 대한민국 최고의 기업 집단이었어요. 현대건설을 모태로 현대전자, 현대중공업, 현대자동차 등 다양한 계열사를 거느리며 재계 서열 1위의 위상을 뽐냈죠. 엄청난 규모를 자랑했던 현대그룹은 여러 차례 위기를 맞고 쪼개져 지금은 그 위상을 찾아볼 수 없게 됐어요. 이 과정에서 경영 관련 경력이 없던 정몽헌의 부인 현정은이 그룹 회장이 오르는 드라마틱한 일도 벌어졌어요.
1990년대 독이 된 정치 도전
현대그룹의 정주영 전 회장은 1992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요. 당시 김영삼 후보가 전략적 제휴를 추진하며 사퇴를 제안하지만, 정 회장이 끝까지 선거에 임하면서 관계가 악화됐어요. 김영삼 정부 출범 이후 현대그룹에는 세무조사나 설비자금 대출 중단 등 정치적 압박이 이어졌어요. 정주영 전 회장이 정계 은퇴를 선언했지만 제재는 멈추지 않았고, 현대그룹의 계열사는 50개에서 23개로 축소돼요. 현대그룹의 어려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어요. 1997년에는 IMF를 겪으며 자금 사정이 나빠졌고, 2000년에는 왕자의 난이 발생하며 그룹이 와해돼요.
왕자의 난 승리자였던 정몽헌은 현대건설과 현대전자 등 당시 현대그룹의 핵심 계열사를 거느리고 그룹 회장직을 계승해요. 반면 패자였던 정몽구는 현대자동차를 가지고 쫓겨나듯이 독립해요. 이때 현대중공업은 정몽준이, 현대백화점은 정지선이 가져가는 등 정주영 전 회장의 자식들이 계열사를 나눠 가져가게 됐어요. 현대가 더 이상 하나의 그룹이 아니라 여러 회사로 쪼개진 거죠.
2000년대 악재가 겹친 현대그룹
이후 현대그룹의 상황은 악화일로였어요. 💸 현대 건설의 부도 국내 최대 건설사였던 현대건설은 2000년 대출금을 갚지 못해 부도를 맞아요. 📉 현대전자의 몰락 현대전자는 1999년 LG반도체를 무리하게 인수한 탓에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었는데요, 여기에 반도체 시장의 불황까지 더해지며 위기를 겪었죠. 결국 현대전자는 사명을 하이닉스 반도체로 바꾸고 (맞아요. 지금의 그 SK하이닉스! 이 이야기는 따로 다룰게요) 현대그룹과의 지분 관계를 청산해요. 핵심 사업부 중 하나가 통째로 날아간 거죠. 😢 정몽헌 회장의 사망 그리고 2003년, 현대 일가에 크나큰 비극이 닥쳐요. 불법 대북 송금 사건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던 현대아산의 정몽헌 회장이 현대 사옥에서 투신해 생을 마감한 것이죠 정몽헌 회장이 사망한 후, 그의 부인 현정은이 현대그룹의 회장으로 취임해요. 현 회장은 대학을 졸업한 이후 기업을 경영한 적은 없었지만, 그룹의 분쟁을 봉합하기 위해서는 강한 명분을 가진 리더가 필요했어요.
2008년 쉽지 않은 회복
이후 현 회장은 정몽헌 전 회장의 뜻을 이어받아 대북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등의 행보를 보여요. 하지만 아쉽게도 내리막길을 걷는 현대그룹의 핸들을 돌려세우진 못했어요. ⛰ 금강산의 비극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현대아산이 이끄는 금강산 관광사업은 꽤 잘 되고 있었어요. 지금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학교 수련회로 북한에 가는 일도 흔했어요. 그런데 2008년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 씨가 해안가를 산책하던 중 북한군의 총에 맞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어요. 피살 사건 이후 금강산 관광사업이 전면 중단되면서 현대아산은 큰 손해를 입었죠. 🛳 금융위기로 휘청 더 심각한 건 그룹사인 현대상선의 대규모 적자였는데요, 당시 해운 업계가 호황을 맞자 현대상선은 사업 확대를 위해 벌크선을 왕창 빌렸어요. 그런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전 세계로 퍼지면서 현대상선의 주 수입원인 해운 단가가 곤두박질치고, 시장이 장기 침체에 빠져들어요. 엄청난 적자는 당연한 일이었죠. 이 일로 그룹 전체가 휘청이면서 현대는 결국 주요 계열사를 전부 매각하고 현대엘리베이터만 남게 돼요.
2020년 현대그룹의 요즘은?
지금의 현대그룹은 지주회사인 현대엘리베이터를 중심으로 작은 계열사들을 지배하는 구조인데요, 최근 현정은 회장은 현대엘리베이터 2대 주주인 쉰들러 그룹의 소송으로 경영권 방어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과거 현대엘리베이터가 현대상선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불리한 상품에 투자해 손실을 입혔다는 내용의 소송인데, 이 과정에서 현 회장이 1,700억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받았어요. 지금은 ‘현대’하면 모두가 자동차만 떠올리지만, 한때는 현대그룹이 대한민국을 이끌던 때도 있었어요. 경영권 분쟁과 국내 산업 구조의 재편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진 현대건설과 상선 등이 위기를 잘 견뎠다면 지금은 어떤 모습이었을지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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