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부부의 스웩있는 자산관리

결혼 4개월 차 한은정, 이예영 부부.

우리집 가계일기 100개의 가족에게는 돈을 쓰는 100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1인 가구와 신혼부부, 아이를 키우는 가정의 한 달 가계부의 금액은 같아도 전혀 다른 모양을 하고 있죠. 우리 곁의 다양한 가족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가계를 꾸려가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빵 만드는 한은정과 음악 만드는 이예영.

저희는 결혼한 지 4개월 된 신혼부부예요. 저는 동대문구 장안동에 있는 카페 ‘정화’에서 빵을 만드는 한은정이고요. 남편 이예영은 음악 만드는 프리랜서예요. 남편은 광고나 게임 음악부터 EDM, 힙합까지 여러 장르의 곡을 만들고, 음악 레슨과 개인 작업도 하고 있어요. 저희의 하루는 꽤 다르게 흘러가요. 저는 아침 6시에 일어나 강아지 면봉이에게 밥을 주면서 하루를 시작해요. 빠르게 씻고 자전거를 타고 정화로 출근해서 오후 6시까지 가게를 운영해요. 남편은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 없는 대신 음악 작업과 레슨, 유튜브와 블로그 같은 여러 일을 병행하고요. 그래도 제가 퇴근하는 오후 6시에는 되도록 일을 마치고 집에 있으려고 해요. 결혼 후 혼자 살아가는 하루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하루가 됐다는 것이 달라진 점이에요. 서로의 가족도 자연스럽게 우리 가족이 됐고요. 챙길 사람도, 함께 생각해야 할 일도 많아졌어요. 돈도 그중 하나예요.

한은정·이예영 부부(1)

우리가 좋아하는 곳에서 한 결혼식

사실 저는 창업에 대한 꿈이 전혀 없었어요. 회사에서 월급을 받으면서 틈틈이 여행이나 다니며 살고 싶었어요. 그러다 지금 함께 정화를 운영하는 동업자가 이런 말을 했어요.

누나는 회사만 다니기엔 아까운 사람인 것 같아. 누나가 만든 빵이 진짜 맛있는데, 베이커리를 해보지 못하는 게 아쉽지 않아?

그 말에 홀딱 넘어갔어요. 그렇게 정화를 시작했어요. 저는 빵을 만들고, 함께 일하는 커피 사장님은 커피를 맡아요. 저희가 만들고 싶은 건 엄청나게 특별한 카페라기보다 오래 머물고 싶은 동네 가게에 가까워요. 별일 없어도 괜히 생각나서 들렀다가, 이야기하다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창밖 로터리를 바라보며 쉬어 갈 수 있는 곳이면 좋겠어요. 그래서 결혼식도 정화에서 했어요.

한은정·이예영 부부(2)

저에게 카페 정화는 가게 이상의 장소예요. 제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가장 많은 손길을 쏟은 곳이에요. 주변의 나무와 풍경도 저희가 바라던 작은 결혼식의 모습과 잘 맞았어요. 둘 다 자연을 좋아해서 일반적인 예식장보다 이곳에서 결혼하는 게 저희답다고 생각했어요. 결혼식 준비에도 저희가 돈을 쓰는 방식이 그대로 드러났어요. 의상에는 큰돈을 쓰지 않았어요. 둘 다 2~30만원 정도의 옷을 구입해서 입었어요. 대신 꽃은 아끼고 싶지 않았어요. 작은 결혼식이어도 꽃만큼은 풍성했으면 했거든요. 다행히 플로리스트로 일하는 친구가 도와줘서 생각했던 것보다 적은 비용으로 저희가 원했던 모습을 만들 수 있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것도 비싼 물건이나 화려한 장식은 아니에요. 저희를 위해 기꺼이 시간을 내준 가족과 친구들이 정화 앞에 모여 함께 사진을 찍던 순간이에요.

한은정·이예영 부부(3)
두 사람에게 가장 익숙하고 편안한 장소인 카페 정화에서 치른 결혼식.

저희는 미래보다 현재를 조금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에요. 지금이 좋으면 미래도 꽤 좋지 않을까 생각해요. 돈이 많으면 물론 좋겠지만, 돈 자체에 큰 욕심이 있는 편은 아니에요. 주변 사람들과 웃고 즐겁게 지내는 데서 얻는 행복이 더 커요. 조금 낙천적이긴 하지만,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생각하며 살아요.

한은정·이예영 부부(5)

내 돈이 우리 돈이 되는 연습

결혼 전에는 돈 쓰는 방법이 각자 달랐어요. 남편은 수입이 생기면 10% 정도를 비상금으로 모아두곤 했어요. 미래를 위한 투자에도 꽤 적극적이었어요. 음악 작업에 필요한 장비나 프로그램이 있다면 할부를 해서라도 사고, 그걸 활용해 일을 구하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저축이나 투자보다는 경험에 돈을 많이 썼어요. 특히 여행을 좋아해서 새로운 곳에 가고 새로운 것을 경험하는 데 꽤 많은 돈을 썼어요. 그래서 저축은… 솔직히 미약했어요. 그래도 후회하지는 않아요. 그때 보고 경험했던 것들이 지금 가게를 운영하는 데 많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둘 다 돈보다 중요한 게 뭔지 찾으며 살았던 것 같아요. 결혼을 준비하면서 처음으로 서로 가진 돈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게 됐어요. 시작은 집이었어요. 당시에는 서로 도보 15분 거리에 살았어요. 결혼 준비를 하면서 제일 먼저 이야기한 것도 “어떤 집에서 같이 살고 싶은가”였어요. 함께 살 집을 구하려면 얼마를 가지고 있고, 어느 정도의 돈을 쓸 수 있는지 알아야 했어요. 돈 이야기를 꺼내는 게 어렵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내가 생각보다 모아둔 돈이 별로 없네” 싶어서 민망했어요. 집을 구할 때는 조건이 분명했어요. 제가 새벽부터 출근하기 때문에 정화와 가까워야 했고, 집에서 보내는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집의 컨디션도 포기하고 싶지 않았어요. 발품을 정말 많이 팔았고, 끝내 저희에게 잘 맞는 집을 찾았어요. 지금 만족하면서 살고 있어요. 결혼했다고 곧바로 완벽한 자산 관리법이 생긴 건 아니에요. 처음 두세 달은 가족 카드를 함께 써보면서 저희가 한 달에 얼마를 쓰는 사람들인지부터 확인했어요. 둘 다 일반적인 월급 생활자와는 수입 구조가 달라요. 저는 자영업자이고 남편은 프리랜서라서 매달 같은 날짜에 같은 금액이 들어오는 게 아니거든요. 그래서 우선 생활비가 어느 정도 필요한지 알아보는 과정이 필요했어요.

한은정·이예영 부부(6)
부부의 일상적인 이동 수단인 자전거와 함께 사는 반려견 면봉이.
반려견 면봉이

지금은 둘이 버는 돈을 가족 통장에 넣어요. 생활비를 정해서 하나의 체크카드로 사용하고 있고요. 장은 동네 마트에서 보고, 온누리상품권도 꽤 자주 이용해요. 각자의 돈도 조금은 남겨뒀어요. 소비를 좋아하는 남편에게는 정해진 용돈이 있어요. 용돈 안에서 쓰는 돈은 자유예요. 큰돈이 필요할 때만 서로 이야기해요. 저는 개인적으로 사고 싶은 게 많지 않은 편이에요. 대신 선물하는 걸 좋아해서 가족이나 주변 사람을 챙기는 데 돈을 쓰곤 해요. 저 역시 큰돈을 쓸 일이 생기면 남편과 먼저 이야기하고요. 예전에는 ‘내가 번 돈을 내가 쓰는 것’이었다면 지금은 한 번 더 생각하게 돼요. 우리에게 필요한지도 생각하게 되는 거죠. ‘내 돈’이 ‘우리 돈’이 된다는 건 이런 과정인 것 같아요.

한은정·이예영 부부(7)

너무 구질구질하게 살지는 말자

함께 돈을 관리해도 성향까지 같아지는 건 아니에요. 남편은 돈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싶어 하는 편이에요. 주식이나 재테크에도 관심이 있고, 일을 위해 필요한 물건에는 과감하게 돈을 쓰기도 해요. 저는 반대예요. 주식이나 재테크에는 관심이 없고, 비교적 안정적으로 돈을 모으는 게 편해요. 그래서 무리하게 투자하기보다 청년미래적금을 활용해 목돈을 만들기로 했어요. 어느 정도 돈이 모이면 그때 다시 둘이 이야기해보려고 해요. 성향이 달라서 좋은 점도 있어요. 한 사람은 돈을 굴려보고 싶어 하고, 한 사람은 조금 더 안정적인 방법을 생각하니까요. 같이 이야기하다 보면 어느 한쪽으로 너무 치우치지 않게 돼요. 대신 경험에는 돈을 아끼지 않아요. 새로운 음식을 먹고, 여행을 가고, 처음 가보는 장소를 찾아다니는 걸 좋아해요. 그릇과 주방용품에도 돈을 꽤 써요. 둘 다 좋아하는 분야이고 취향도 비슷해서 마음에 드는 물건을 발견하면 사는 편이에요. 반대로 품위 유지에는 놀라울 정도로 돈을 안 써요. 남편은 아직도 집 앞에서 1만2,000원을 내고 머리를 잘라요. 가끔 5만원짜리 아줌마 파마도 하고요. 저는 화장도 거의 안 해요. 저희는 그래도 꽤 만족하며 살아요. 이게 스웩 아닐까요?

한은정·이예영 부부(8)
소비 성향은 다르지만 새로운 경험에는 기꺼이 돈을 쓰는 점은 닮았다.

저희 집의 돈 규칙을 굳이 정리하면 세 가지 정도예요. 첫 번째는 너무 구질구질하게 살지는 말자예요. 남편은 자취한 기간이 길어서 돈을 아끼는 습관이 있어요. 결혼하고 에어컨이나 냉장고, 세탁기를 살 때도 중고 거래 앱만 봐서 부모님께 한소리를 들었어요. 가구 같은 좋은 중고 제품을 발견하면 잘 사서 써요. 무조건 새것을 사자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아끼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되지는 말자는 뜻이에요. 두 번째는 필요한 곳에는 제대로 쓰자예요. 가격이 싸다는 이유만으로 고르기보다 저희에게 정말 필요한 것에는 돈을 쓰려고 해요. 여행이나 음식처럼 저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험도 마찬가지예요. 세 번째는 큰돈을 쓸 때는 서로 이야기하자예요. 각자의 용돈 안에서 해결할 수 있는 작은 소비는 자유롭게 해요. 대신 가족의 생활에 영향을 줄 만큼 큰돈을 쓸 때는 꼭 먼저 이야기해요. 요즘 함께 모은 돈으로 가장 사고 싶은 건 자동차에요. 저희는 밖에 나가는 걸 좋아하는데 집이 역에서 조금 떨어져 있어요. 면봉이도 있어서 함께 움직일 때 불편할 때가 있고요. 주말에 어딘가 가려고 하면 렌터카를 자주 빌리는데, 어느 순간 “이 정도면 그냥 차를 사는 게 낫지 않나?”라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어요. 아직 차는 큰 지출이라 고민하고 있어요. 그래도 언젠가 차가 생기면 면봉이도 태우고 여기저기 더 자유롭게 다니고 싶어요. 여행도 지금보다 많이 하고 싶고요.

한은정·이예영 부부(9)

우리 꽤 잘 살고 있네

결혼 전에는 각자 하고 싶은 일을 위해 돈을 벌었어요. 지금은 돈을 쓸 때 자연스럽게 가족까지 생각하게 돼요. 부모님 댁이나 처가에 갈 때 별것 아니라도 뭔가 하나씩 챙겨가게 됐어요. 선물을 받고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는 재미도 알게 됐고요. 결혼하면서 가족이 늘어난 만큼 돈을 쓰고 싶은 곳도 함께 늘어난 것 같아요. 저희에게 돈은 원하는 삶을 만들어가기 위한 수단이에요. 그렇다고 미래를 준비한다는 이유로 즐거움을 미루면서 살고 싶지는 않아요. 새로운 음식을 먹고, 여행을 다니고, 마음에 드는 그릇을 사는 것도 저희가 원하는 삶의 일부예요. 대신 중요하지 않은 곳에는 덜 쓰고, 그렇게 아낀 돈을 저희가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곳에 쓰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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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준비하되 지금의 즐거움까지 미루며 살고 싶지는 않다는 두 사람.

돈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미래도 너무 걱정하지 않을 만큼 준비되어 있는 삶이면 좋겠어요. 그리고 저희에게는 많은 돈보다 좋은 사람이 더 중요해요. 저희가 처음 만났을 때의 마음을 잊지 않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주변 사람들에게 베푸는 것도 아까워하지 않았으면 좋겠고요. 많은 돈보다 좋은 사람이 가진 가치가 더 크다고 믿어요.

언젠가 지금처럼 둘이 열심히 일하고 돈을 모아서 가족들과 맛있는 것도 먹고, 여행도 다니고 싶어요. 그러다 어느 날 서로를 보면서 이렇게 말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우리 꽤 잘 살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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