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떠나 바다에 살면 더 행복할까?

고성에서 아이들을 키우는 신윤수, 신현주 부부.

우리집 가계일기 100개의 가족에게는 돈을 쓰는 100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1인 가구와 신혼부부, 아이를 키우는 가정의 한 달 가계부의 금액은 같아도 전혀 다른 모양을 하고 있죠. 우리 곁의 다양한 가족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가계를 꾸려가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바 '무사'를 운영하는 신현수, 신윤주 부부

저희는 중학교 1학년 아들과 초등학교 5학년 딸을 둔 부부입니다. 현재 강원도 고성에서 바 ‘무사’와 숙소 ‘태평’을 운영하고 있어요. 원래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했는데, 코로나 시기에 고성에서 지내기 시작한 것이 지금의 생활로 이어졌어요. 오래전부터 꿈꿔온 공간을 현실로 옮긴 것이 무사였고, 아이들을 돌보면서 함께 일할 방법을 고민하다 숙소 태평도 열게 됐어요. 직장인에서 자영업자가 되면서 돈을 관리하는 방식도 달라졌어요. 성수기와 비수기의 수입 차이가 커 한 달이 아니라 1년을 기준으로 돈을 나눠 씁니다. 아이들이 자라면서는 돈을 모으는 이유도 달라졌고요. 둘이 살 때는 현재를 즐기는 것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일정 비율의 돈을 비축하고 있습니다.

신윤수·신현주1

바닷가에서 이룬 무사 태평

처음부터 고성에 가게를 열 생각은 아니었어요. 코로나 시기에 재택근무가 가능하게 되면서 바다가 있는 동네에서 살아보고 싶어 이곳에 왔어요. 낮에는 회사 업무를 하고, 시간이 나면 동네를 돌아다니며 지냈어요. 그렇게 2년 정도 생활하다가 오래전부터 마음속에 그려온 공간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공간을 좋아했어요. 여행을 가도 관광지보다 가게나 건물의 분위기를 유심히 보고, 마음에 드는 공간을 만나면 어떤 부분이 좋았는지 오래 기억해두는 편이죠.

언젠가 내 공간을 만들게 되면 써보고 싶었던 요소들을 차곡차곡 기록해뒀어요. 무사는 그렇게 오랫동안 모아온 취향을 꺼내 만든 공간입니다.
공간에 대한 남편의 애정과 관심으로 만든 바 무사.
공간에 대한 남편의 애정과 관심으로 만든 바 무사.

무사를 열고 처음부터 함께 일한 건 아니었어요. 아내는 한동안 직장생활을 계속했어요. 저희 둘만 있었다면 가게 수입이 불안정해도 어떻게든 살아볼 수 있었겠지만, 아이들이 있으니 한 사람이라도 매달 일정한 급여를 받는 편이 마음이 놓였어요. 그러다보니 가족이 함께할 시간은 줄었습니다. 무사는 주말이 가장 바쁜데 회사원은 주말에 쉬잖아요. 서로의 휴일이 엇갈리다 보니 네 식구가 함께 움직이기가 어려웠어요. 무사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뒤에는 아내도 직장을 그만두고 함께 일하기로 했습니다. 새로운 일을 고를 때 가장 중요했던 건 아이들이었어요. 하루 종일 가게를 지켜야 하는 일보다는 아이들의 생활에 맞춰 움직일 수 있는 일이 필요했죠. 손님을 맞이하고 정해진 시간에 공간을 관리하는 숙박업이라면 가능하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무사 건너편에 숙소 태평을 열었습니다.

오래된 구옥을 고쳐 만든 숙소 '태평'

자영업자가 되니 돈이 들어오는 방식도 달라졌어요. 월급을 받을 때는 다음 달 수입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지만, 가게를 운영하면 계절의 영향을 크게 받아요. 여름에는 손님이 많아 수입도 늘지만 비수기가 되면 자연스럽게 줄어들죠. 그래서 한 달의 수입보다 1년 전체의 흐름을 중요하게 봐요. 성수기에 들어온 돈도 1년치 수입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나눠 쓰고, 사업비와 가족 생활비도 따로 관리합니다. 투자에도 적극적인 편은 아니에요. 주식이나 코인보다는 저축이나 적금처럼 비교적 보수적인 방식을 선호합니다. 지금 저희에게 가장 중요한 투자는 무사와 태평의 가치를 높이는 일이에요. 저희가 가장 잘 아는 일을 오래 이어갈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드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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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자산 관리

아이들이 아주 어렸을 때는 돈에 대한 생각이 신혼 때와 다르지 않았어요. 필요한 물건은 물려받거나 선물받기도 했고, 특별히 아프지 않다면 생활을 뒤흔들 만큼 큰돈이 들지도 않았죠. 변화는 아이들이 자라면서 시작됐어요. 둘이 살 때도 저축은 했지만 지금처럼 먼 미래를 생각하며 돈을 모으지는 않았어요.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여행을 갈 수 있을 때 떠나고, 현재를 잘 사는 것이 중요했죠. 그런데 네 식구가 되고 나서는 저희에게 전에는 없던 단어가 하나 생겼습니다. 바로 비축이에요.

두 살 터울의 아들과 딸
두 살 터울의 아들과 딸

아이에게 집 한 채를 물려줘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에요. 대학에 진학할 수도 있고, 다른 도시에서 살고 싶어 할 수도 있죠. 새롭게 배우고 싶은 것이 생길 수도 있고요. 그럴 때 돈이 아이의 선택을 가로막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 생각을 실감한 건 아이가 먼저 학원에 보내달라고 했을 때였어요. 저희는 아이를 많은 학원에 보내는 편은 아니었어요. 부모가 무언가를 정해주기보다 아이가 다양한 경험을 해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아이가 자라면서 스스로 배우고 싶은 것을 이야기하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때부터 아이가 배우고 싶은 것이 생기는 순간을 대비해 돈을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현재 저희가 체감하는 가계 지출을 보면 대략 30% 정도는 미래를 위해 저축하고, 30% 정도는 식비와 생활비에 사용해요. 교육과 경험에는 약 15% 정도가 들어가고요. 나머지는 보험과 의료비, 경조사비 등의 비용입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크면서 교육과 경험에 들어가는 비용이 늘었어요. 딸은 노래하는 걸 좋아해서 보컬 레슨을 받고 싶어 해요. 당장 가수가 될 것도 아닌데 적지 않은 돈을 내며 배워야 할까요?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죠. 그래도 아이가 오래 고민하고 정말 하고 싶다고 말한다면 저희는 배우게 해주고 싶어요. 대신 아이에게 실제 수업료가 얼마인지 이야기합니다.

돈은 그냥 생기는 게 아니라고 알려줘요. 본인이 원해서 시작한 일인 만큼 책임감을 갖고 해보자는 뜻이죠. 실제 비용을 알고 나면 아이도 수업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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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친화적인 환경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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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비도 빠르게 늘었어요. 둘이 살 때와 비교하면 네 식구가 된 지금은 체감상 비용이 다섯 배 정도 늘어난 것 같아요. 각자 먹고 싶은 것도 다르고, 하고 싶은 것도 생기니까요. 여행을 가면 특히 실감합니다. 아이들이 커서 방을 두 개 잡아야 하니 숙박비만 두 배가 되고, 잘 먹는 나이가 되면서 식비도 꽤 커졌어요. 반대로 저희 부부를 위한 소비는 자연스럽게 줄었어요. 옷이나 물건을 사는 데 예전만큼 소비하지 않습니다. 아이 때문에 참고 사는 건 아니에요. 나이가 들면서 물건을 갖고 싶은 욕구가 줄어든 영향도 커요.

저희에게 비축은 미래를 위해 현재를 포기한다는 뜻이 아니에요. 아직 오지 않은 선택을 위해 여유를 확보하는 일이에요.

고성에서 다시 쓰는 가계부

고성에서 아이를 키우면 돈을 쓰는 곳이 도시와는 달라집니다. 장점은 아이들이 여러 경험을 시작하는 데 드는 비용이 적다는 점이에요. 학교와 지역 프로그램을 통해 서핑이나 승마, 골프, 탁구 같은 운동을 접하고, 양봉처럼 도시에서는 쉽게 경험하기 어려운 활동도 해요. 스쿨버스를 이용하고 방과 후 활동도 다양하게 할 수 있고요. 특히 좋은 건 큰 비용을 들이기 전에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충분히 경험해볼 수 있다는 점이에요. 예를 들어 도시에서는 승마가 아이에게 맞는지 알아보려면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이 들잖아요. 여기서는 학교나 지역 프로그램을 통해 경험할 수 있어요. 그중 정말 좋아하는 것이 생기면 그때 더 배우게 해주면 되고요.

반대로 더 돈이 드는 것도 있어요. 대표적인 게 교통비입니다. 고성 생활에는 차가 꼭 필요해요. 어릴 때는 부모와 함께 움직이면 됐지만 자라면서 각자의 일정이 생기죠. 학교나 학원에 데려다주고 다시 데리러 가야 할 때도 많고요.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지역의 한계도 느끼고 있어요. 학원을 고를 때 선택지가 많지 않고, 전문적인 의료 서비스가 필요하면 도시로 나가야 해요. 좋아하는 공연이나 스포츠 경기를 보려면 서울까지 이동하고, 직접 보고 사고 싶은 물건이 있어도 가까운 곳에서 해결하기 어려울 때가 있어요. 1년에 두세 번 정도 서울에서 며칠씩 지내며 아이들에게 요즘 사람들이 찾는 공간과 문화를 보여줘요. 자연뿐 아니라 누구를 만나고 무엇을 보는지도 아이가 자라는 환경이라고 생각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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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경험에는 아낌없이 투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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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옷이나 치장 같은 소비에는 엄격한 편이에요. 반대로 아이가 오래 고민하고 정말 해보고 싶다고 말한 경험에는 돈을 아끼지 않아요. 올겨울에는 중학생 아들과 아빠 단 둘이 한 달 동안 유럽 여행을 갈 계획이에요. 비용만 생각하면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여행은 아니죠. 하지만 몇 년 뒤에는 아들이 아빠와 한 달 동안 여행을 가고 싶어 하지 않을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지금 함께할 수 있는 시간에는 기꺼이 돈을 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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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식구가 오래 행복하기 위해

둘이 살 때는 둘이 행복하면 됐지만, 지금은 네 사람이 함께 잘 사는 방법을 생각해요. 성수기에 번 돈은 비수기를 위해 남겨두고, 아이들의 미래도 조금씩 준비합니다. 무사와 태평을 더 오래 이어가기 위한 투자도 하고요. 저희가 돈을 모으고 관리하는 이유는 많은 것을 갖기 위해서가 아니에요. 지금 가족이 함께 보내는 시간을 잘 누리면서, 중요한 선택의 순간이 왔을 때 돈 때문에 포기하지 않기 위해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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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행복하려면 부부도 잘 지내야 하고, 부모 역시 자신의 삶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희가 조금 더 힘을 내 아이들이 더 예쁘게 피어날 수 있다면 기꺼이 그렇게 하고 싶어요. 다만 미래를 준비하느라 지금의 행복까지 놓치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오늘의 네 식구를 잘 돌보면서 내일의 선택을 준비하는 것. 저희에게 자산 관리는 그 둘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일이에요.


다른 가족들은 이렇게 살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