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취향과 안정적 삶, 두 가지를 다 가질 순 없을까?

30세 에디터 정소진의 투자 연습

서른의 투자 연습 일도, 돈도, 미래도 아직 서툴지만 그래서 더 진지하게 고민하는 나이, 서른. 30대에 접어든 3명에게 커리어와 투자에 대해 물었습니다.

서른 살의 정소진은 패션 매거진 에디터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에디터를 꿈꿨고, 2019년 잡지사 어시스턴트로 일하기 위해 서울에 올라왔다. 서울에서 일하며 멋진 옷과 물건을 가까이에서 보지만, 정작 그가 가장 갖고 싶은 것은 방 세 개짜리 집이다. 이사를 앞둘 때마다 땅에 발을 딛지 못하고 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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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의 50%는 두 개의 적금 통장으로 옮기고, 30%는 월세와 생활비로 쓴다. 대학생 때부터 청약에 매달 10만 원씩 넣었고, 최근에는 반도체와 로봇 관련 주식도 사기 시작했다. 자동차도, 좋은 옷도, 비싼 가구도 없어도 괜찮다. 정소진은 지금의 일상을 지키면서 서울에 오래 머물 자리를 만들기 위해 돈을 모은다.

Chapter 1. 우주처럼 멀었던 서울

정소진의 생활기록부에는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장래희망이 ‘에디터’라고 적혀 있었다. 초등학생 때까지 국제변호사와 외교관을 꿈꾸던 아이가 갑자기 취향을 다루는 직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당시 정소진에게 멋진 어른이 된다는 것은 패션과 음악, 영화를 찾아보고 자신만의 취향을 갖는 일이었다. 짐 자무쉬의 영화 〈커피와 담배〉를 보며 대중문화에 대한 호기심을 키웠고,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 속 캐리 브래드쇼를 보며 에디터의 삶을 상상했다.

Q. 마산에서 처음 올라왔을 때, 서울 사람들에 대한 편견이 있었다고요.

정소진: 마산에서 자란 제게 서울은 단순한 대도시가 아니라 우주처럼 먼 곳이었어요. 닿을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닿기 어려운 곳처럼 느껴졌죠. 좋은 기회로 〈아레나 옴므 플러스〉에서 일하게 되면서 곧바로 서울에 정착했어요. 처음에는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들이 냉정하고 솔직하지 못하다는 편견도 있었어요.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저와 달리, 그들은 서로의 인맥 안에서 살아가는 것처럼 보였거든요. 하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생각이 달라졌어요. 서울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역시 각자의 자리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된 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죠. 그 뒤로는 자연스럽게 편견도 사라졌습니다.

Q. 남성지를 거쳐 현재는 대중적인 성향의 여성지에서 일하고 있어요. 익숙한 환경을 떠나 다른 성격의 매체를 선택한 이유가 있었나요?

정소진: 남성지에서 일하는 시간이 즐거웠어요. 그곳에서 일하며 에디터라는 직업에 더 큰 애착을 갖게 됐고요. 그러다 메이저 여성지의 에디터는 어떻게 일하는지 궁금해졌어요. 그중에서도 가장 대중적인 방향을 지향하는 〈엘르〉로 옮겼습니다. 이전과 다른 취향과 독자를 만나보고 싶었어요. 에디터라는 직업은 한 가지 취향을 고수하는 일이라기보다, 새로운 세계를 계속 알아가는 일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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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에서 곰의 하루를 취재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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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화보 촬영 현장

Q. 사람과 문화를 만나는 즐거움이 크다고 했는데, 마감이 끝난 뒤에는 어떤 기분이 드나요?

정소진: 다양한 인간 군상을 발견하는 것을 좋아해요. 에디터로 일하면 다양한 직업과 연령대의 사람을 만나 대화할 수 있어요. 새로운 사람의 가치관과 취향을 확인하고, 전혀 몰랐던 분야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큰 쾌감을 느껴요. 취재를 하며 제 취향이 다시 다듬어지기도 하고요. 가장 소진되는 순간은 마감 직후예요. 약 3주 동안 취재하고 인터뷰하며 하나의 서사를 쌓아 올리는데, 마감을 끝내면 그 세계가 갑자기 끝나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시원하기도 하지만 그보다 아쉬운 마음이 더 크게 남을 때가 있습니다.

Chapter 2. 월급 절반을 저축하기

정소진은 잡지사 인턴으로 일하며 받은 첫 월급으로 명픔 가방을 샀다. 촬영 장비와 노트북, 각종 소품을 들고 다니기 위해 필요한 큰 가방이었다. 높은 가격을 지불했지만, 그 가방은 7년 동안 거의 매일 그의 출근길을 함께했다.

Q. 첫 월급으로 명품 가방을 샀는데, 저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모습을 보면 의외의 선택처럼 느껴져요.

정소진: 에디터는 들고 다닐 물건이 많아요. 당시 제대로 된 큰 가방이 없었어요. 그래서 인턴 월급을 받고 큰 사이즈의 고야드 가방을 샀습니다. 가격만 보면 충동적인 소비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7년이 지난 지금까지 일을 하는 날에는 거의 매일 그 가방을 들어요. 오래 사용하고 제 생활에 꼭 필요한 물건이었기 때문에 후회하지 않아요. 저에게는 비싼 물건인지보다 얼마나 자주, 오래 쓰는지가 더 중요해요.
첫 월급을 받고 산 가방을 7년째 매일 쓰고 있다.

Q. 월급이 수입의 전부였을 사회 초년생 시절, 지출 습관을 돌아보는 계기가 된 사건이 있었나요?

정소진: 월급이 들어오면 월세와 관리비, 통신비, 구독료 같은 고정 생활비가 자동이체로 빠져나가요. 두 개의 적금 통장에도 돈을 넣고요. 그 돈을 제외하면 실제로 제가 쓸 수 있는 금액은 대학생 때 받던 용돈 정도예요. 그런데 남은 돈을 별다른 계획 없이 쓰다 보니 월급날이 3주나 남았는데 계좌에 4만원밖에 없었던 적이 있어요. 제가 얼마나 썼는지, 어떤 곳으로 돈이 흘러갔는지도 정확히 기억하지 못했고요. 그때부터 적어도 한 달 동안 어디에 얼마를 쓰는지는 알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3년 전부터 한 달 지출 내역을 기록하기 시작한 이유예요.

Q. 저축 구조도 궁금한데요. 돈을 모을 때 중요하게 여기는 우선순위는 무엇인가요?

정소진: 저는 안정성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갑자기 월급이 끊기거나 당장 쓸 수 있는 돈이 없어지는 상황에 대비해 목돈을 만들고 싶었어요. 청약은 대학교 1학년 때부터 매달 10만 원씩 넣었고, 청년 적금은 일을 시작한 직후부터 시작해 6년 정도 유지하고 있어요. 현재 규칙적으로 나가는 생활비는 월급의 약 30%예요. 두 적금에 월급의 약 50%를 넣고요. 추가 지출이 적은 달에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식도 두세 주씩 삽니다. 지금은 조금 적게 쓰고 적게 먹어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젊을 때 조금 아쉽게 살더라도 40대부터는 안정적이고 여유 있게 살고 싶어요. 물론 현재의 삶을 모두 포기한다는 뜻은 아니에요. 지금 꼭 필요한 것과 나중을 위해 남겨야 하는 돈의 우선순위를 정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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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패션과 문화를 다루는 에디터는 좋은 물건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접해요. 자연스레 소비욕구가 높아지지 않나요?

정소진: 명품이라고 해서 모두 좋은 물건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망원시장에서 산 셔츠가 명품보다 저에게 더 큰 가치가 될 수도 있어요. 우아한 오마카세보다 놀이터에서 먹는 불닭볶음면이 더 행복한 순간도 있고요. 중요한 건 가격보다 취향인 것 같아요. 정말 갖고 싶은 물건을 발견해도 바로 사지는 않아요. 일단 하루를 보내봅니다. 다음 날까지 계속 생각나는지, 시간이 지나도 여운이 남는지 살펴봐요. 대부분은 자고 일어나면 잊어버리더라고요. 그래도 계속 생각난다면 그때 다시 고민합니다.

Chapter 3. 적금만으로는 부족해

정소진이 주식 투자를 시작한 것은 집 때문이었다. 재계약을 앞두고 서울 부동산을 공부하면서 월급을 적금에 넣는 것만으로는 집값을 따라잡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에서 짧은 시간에 급등한 종목을 추천받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다른 사람의 속도를 따라가기보다 오랫동안 보유할 수 있는 기업을 찾기로 했다. 반도체와 로봇 분야를 시작으로 주식을 조금씩 모으고 있다.

Q. 안정성을 중요하게 여기던 사람이 주식으로 눈을 돌린 계기가 있었나요?

정소진: 재계약을 앞두고 부동산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그 과정에서 서울에 집을 마련하는 일이 정말 환상처럼 느껴졌습니다. 월급 안에서 꾸준히 적금해도 집값과의 거리가 줄어들지 않는 것 같았어요. 열심히 모으고 있는데 제자리걸음을 하는 기분이었죠. 그래서 최근 주식 투자를 시작했어요. 안정적인 적금과 청약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장기적으로 자산이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하나 더 만든 거예요.

Q. 단기간에 수익을 내기보다 오래 버티는 방식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정소진: 주식으로 빠르게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워런 버핏의 장기 투자 원칙과 ‘원주 버핏’으로 불리는 투자자의 태도에 영향을 받았어요. 한 번 산 주식을 쉽게 팔지 않고 오래 가져가려고 합니다. 처음에는 반도체와 로봇 관련 종목을 샀어요. 단기간의 등락보다는 앞으로 오랫동안 필요한 산업인지 살펴보려고 해요. 아직 투자를 시작한 지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에 저만의 원칙을 만들어가는 단계지만, 매도 없이 꾸준히 매수하며 버티는 것이 현재의 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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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주식으로 일확천금을 기대하는 경우가 있어요. 눈 앞에서 큰 수익을 놓치는 건 흔한 일이죠. 그럼에도 흔들리지 않는 자신만의 투자 원칙은 무엇인가요?

정소진: 친구가 대한광통신이라는 종목을 사라고 권한 적이 있어요. 당시 2천원대였는데 일주일 뒤 2만원까지 올랐어요. 순간적으로 ‘살 걸 그랬나’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죠. 하지만 상승은 오래가지 않았고 곧바로 주가가 내려갔어요. 그 일을 보면서 다른 사람의 말만 듣고 움직이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짧은 기간의 수익을 놓치는 것보다 제가 이해하지 못하는 종목에 돈을 넣는 일이 더 위험하다고 느꼈어요. 앞으로 손실을 보더라도 제가 선택한 기업을 믿고 오래 가져가려 합니다.

Chapter 4. 방 세 개짜리 집

정소진의 목표는 마흔 살까지 현금 10억원을 모으는 것이다. 크고 막연해 보이는 숫자지만, 그 돈으로 사고 싶은 물건은 많지 않다. 자동차와 비싼 옷, 좋은 가구가 없어도 괜찮다. 대출을 이용해서라도 서울에 자신의 집을 마련하고 싶다.

Q. 마흔 살까지 현금 10억원을 모으겠다는 목표를 세웠어요. 서울에서 더 이상 떠돌지 않을 집을 마련하고 싶은 마음을 숫자로 환산하면 금액인가요?

정소진: 마흔 살에는 대출을 이용해서라도 반드시 제 집을 마련하고 싶어요. 가능하다면 단독주택이면 좋겠어요. 서울이라는 땅에 발을 붙이고 살고 싶습니다. 자동차나 비싸고 좋은 옷, 멋진 가구는 없어도 괜찮아요. 집만 있으면 돼요. 지금은 오피스텔에 살고 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짐이 늘어나고 있어요. 방이 하나만 더 있으면 좋겠다고 자주 생각합니다. 제가 원하는 것은 거창한 저택이라기보다 적어도 방이 세 개 있는 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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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최신 이슈를 취재하고, 기사로 작성하는 일에서 즐거움을 찾는다.

Q. 높은 주거비에 비하면 에디터의 월급이 충분하지 않다고 느낄 때도 있을 것 같아요. 돈과 일의 충만함 사이에서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정소진: 아직은 돈보다 직업에서 얻는 만족이 더 중요해요. 에디터로 일할 때 여전히 즐겁고, 새로운 사람과 문화를 만나는 과정에서 제가 채워지는 기분을 느껴요. 월급이 제가 생각하는 기준보다 낮더라도 당장은 이 일에 집중하고 싶어요. 물론 앞으로도 계속 에디터로 일할지는 확실하지 않아요. 새로운 꿈이나 목표가 생기면 달라질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때까지는 지금의 직업과 일상을 지키고 싶습니다.

Q. 미래에는 단독주택에서 남편과 두 딸을 키우고 싶다고요. 돈을 모으는 목적은 집보다 안정적인 가정을 이루는 건가요?

정소진: 그런 것 같아요. 집을 갖는 것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곳에서 어떤 생활을 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해요. 계약이 끝날 때마다 이사를 걱정하지 않고, 가족과 안정적으로 머물 수 있는 공간을 갖고 싶어요. 제가 원했던 집에서 남편과 두 딸을 키우고 있다면 ‘이 정도면 됐다’고 생각할 것 같아요. 그때는 지금보다 돈에 대한 불안도 줄어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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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진은 여전히 서울에서 일하고, 월세를 내고, 다음 계약을 걱정한다. 동시에 월급이 들어오면 절반을 먼저 저축하고 청약과 주식을 조금씩 쌓는다. 그가 원하는 것은 화려한 소비나 빠른 수익이 아니다.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면서도 계약 기간에 흔들리지 않을 방 세 개짜리 집이다. 우주처럼 멀게 느껴졌던 서울에 자신의 자리를 만들 때까지, 정소진은 매달 쓸 돈보다 남길 돈을 먼저 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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