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신혼부부도 집을 살 수 있을까?

33세 디자이너 유진호의 신혼 경제 생활.

서른의 투자 연습 일도, 돈도, 미래도 아직 서툴지만 그래서 더 진지하게 고민하는 나이, 서른. 30대에 접어든 3명에게 커리어와 투자에 대해 물었습니다.

33세 유진호는 그래픽 디자이너다. 박람회 부스부터 제품 패키지와 홍보물까지 회사에 필요한 이미지를 만든다. 아침은 경제신문 탐독으로 시작하고, 출근길에는 시장 소식을 청취한다. 주식시장이 열리면 투자할 종목을 확인한 뒤 업무를 시작하고, 퇴근 후에는 요가나 수영을 한다. 밤 10시쯤 남편과 만나 하루를 마무리하는 맞벌이 부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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쳇바퀴 같은 일상이라고 말하지만, 규칙적인 하루가 유진호의 자산을 만든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대학원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시작한 뒤부터 월급의 절반을 저축했고, 결혼과 동시에 남편과 통장을 합쳤다. 한 사람의 월급은 생활비와 대출금을, 다른 한 사람의 월급은 저축과 투자에 배분하고 있다. 전세나 월세로 신혼을 시작할 요량이었지만, 두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예산을 다시 계산하고 디딤돌대출을 받아 2024년 첫 아파트를 샀다. 지금은 실거주 중인 집과 ETF를 함께 관리하며 스텝업을 준비하고 있다.

Chapter 1. 일상에 파고든 규칙적인 투자 습관

유진호는 중학교 때부터 미술을 공부했다. 예중과 예고를 거쳐 대학과 대학원에서는 현대미술을 전공했다. 미술 코스만 밟아온 그는 현대미술 작가가 목표였다. 하지만 작가 활동만으로 안정적인 수입을 얻기는 쉽지는 않았다. 꿈과 현실 사이에서의 고민은 절충으로 이어졌다.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을 다시 살펴본 것. 그래픽 디자인 포트폴리오를 만들었고, 디자인 에이전시에 취업하면서 사회 생활의 커리어를 쌓아갔다.

Q. 하고 싶은 일과 안정적인 수입 사이에서 어떻게 결정을 내렸나요?

유진호: 처음에는 제가 하고 싶은 디자인보다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디자인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 힘들었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회사가 자아실현만을 위한 공간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지금은 디자인 자체에서 큰 성취감을 찾기보다 맡은 일을 책임감 있게 하고, 안정적인 생활을 이어가는 데 만족하고 있어요.

Q. 규칙적인 소득과 생활의 안정에 더 큰 의미를 두게 된 이유가 있나요?

유진호: 대학원에 다닐 때 프리랜서도 진지하게 고민했어요. 프리랜서로 일하면 더 큰 성취감이나 높은 수입을 얻을 수도 있다는 점은 매력적이었죠. 하지만 저는 규칙적인 환경에서 일할 때 안정감을 느끼는 사람이더라고요. 불확실한 상황에서 성과를 내기보다 꾸준한 리듬 속에서 일하는 것이 스트레스도 적고, 성향에도 잘 맞았어요. 꾸준한 소득이 있어야 저축하고 투자하면서 미래를 준비할 수도 있고요.

Q. 아침에 주식시장부터 확인한다고요. 하루 루틴이 궁금해요.

유진호: 아침에 일어나면 경제신문을 읽으려고 노력해요. 씻고 오전 8시쯤 시장 상황을 한 번 확인하고, 출근하면서 경제 관련 오디오 콘텐츠를 들어요. 어떤 자산에 투자할지 살펴본 뒤 9시쯤 주문을 넣고요. 그 이후에는 회사 일에 집중합니다. 퇴근 후에는 요가나 수영을 하면서 체력을 관리하고, 밤 10시쯤 집에 들어가요. 남편도 비슷한 시간에 퇴근해서 함께 하루를 마무리해요. 매일 비슷하게 흘러가지만, 저에게는 이런 반복이 잘 맞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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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 신혼부부, 자산 관리의 시작은 통장 합치기

유진호는 대학원에 다니던 시절부터 도움 없이 스스로의 힘으로 집을 마련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직장생활을 시작한 뒤에는 월급의 절반을 저축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결혼 후에는 저축의 단위가 개인에서 부부로 바뀌었다. 두 사람은 결혼과 동시에 통장을 합쳤다. 현재는 유진호의 월급에서 생활비와 대출 상환금, 관리비, 보험료와 통신비 등을 지출한다. 남편의 소득은 대부분 저축과 투자에 사용한다. 결과적으로 부부 수입의 약 절반이 미래를 위한 돈으로 남았다.

Q. 대학원에 다닐 때부터 집을 사겠다는 목표가 있었다고요.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유진호: 대학원 시절에 진로를 고민하며 방황하던 때가 있었어요. 그러다 언젠가는 제 집 하나를 꼭 마련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부모님의 도움을 기대하기보다 제 힘으로 해내고 싶었어요. 그때부터 월급의 50%는 무조건 저축하겠다고 정했어요. 첫 번째 목표는 1억원이었어요. 막연하지만 노후에 경제적으로 불안한 삶은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강해졌던 것 같아요. 장녀로서의 책임감도 어느 정도 작용했고요.

Q. 통장을 합치고 모든 수입과 지출을 공개하는 일이 두 분에게는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나요?

유진호: 남편도 재테크에 관심이 있었고, 저와 비슷한 수준에서 공부를 시작했어요. 그래서 통장을 합치는 데 큰 의견 차이는 없었어요. 오히려 결혼 후에 소득과 지출을 함께 보면서 목표를 더 명확하게 정할 수 있었죠. 저희도 흔히 말하는 ‘최고의 재테크는 결혼’이라는 말을 체감하고 있어요. 각자 생활할 때보다 불필요한 지출은 줄고, 저축과 투자에 집중하기 쉬워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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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는 비교적 저렴한 전시나 공공 체육 시설을 애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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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부부의 수입과 지출은 정확히 어떻게 나눴나요?

유진호: 정확히 말하면 제 월급으로 생활비와 대출금, 관리비, 보험료, 통신비 등을 내고 있어요. 남편의 소득은 대부분 저축과 투자에 사용하고요. 결혼 후 통장을 합치면서 고정 지출을 계산해보니 자연스럽게 이런 구조가 만들어졌어요. 처음부터 무조건 50%를 맞추려고 한 것은 아니에요. 필요한 생활비를 제외하고 최대한 많이 남기는 방식으로 계산했더니 전체 소득의 절반 정도가 됐습니다.

Q. 지출을 줄이면서 만족스러운 삶을 유지하기 위한 소비 기준이 있나요?

유진호: 생각보다 힘들지는 않아요. 돈을 무조건 쓰지 않는 것보다 비용 대비 만족도가 높은 선택을 하려고 해요. 저희는 전시 관람을 좋아해요. 서울에는 국립현대미술관이나 리움처럼 무료이거나 비교적 저렴하게 좋은 전시를 볼 수 있는 곳이 많아요. 운동도 공공 체육시설을 이용하고 있어요. 요가는 한 달에 약 5만 원으로 주 3회, 수영도 비슷한 비용으로 주 2회 다닐 수 있어요. 소비를 참기보다 같은 비용으로 더 오래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찾는 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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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 6억으로 매입한 신혼집

처음부터 아파트 매수를 계획한 것은 아니었다. 두 사람은 자신들이 가진 자금으로 집을 사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신혼생활은 전세나 월세로 시작하고, 돈을 더 모은 뒤 언젠가 집을 사겠다는 막연한 계획을 세웠다. 그러던 중 주변에서 신혼집을 가능하면 매매로 마련해보라는 조언을 들었다. 두 사람은 ‘집은 살 수 없다’는 전제부터 다시 검토했다. 접근할 수 있는 예산을 계산했고, 매매가 6억원 이하라는 기준을 세웠다.

Q. 처음에는 집을 살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매매로 방향을 바꾸게 된 과정이 궁금해요.

유진호: 저희도 처음에는 가진 돈으로 집을 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어요. 사회초년생이 그렇듯 전세나 월세로 시작하려고 했죠. 신혼부부 매입임대주택도 알아봤고 실제로 선정됐어요.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다는 장점은 있었지만, 앞으로의 주거 환경과 장기적인 계획을 생각하면 아쉬운 부분이 있었어요. 그때 주변에서 부동산 조언을 해주시는 분이 가능하다면 신혼집을 매매로 마련하는 것도 검토해보라고 했어요. 처음에는 ‘우리에게 정말 가능할까?’ 싶었어요. 그래도 막연히 어렵다고 단정하지 않고 접근할 수 있는 예산을 다시 계산했어요. 6억 원 이하라는 현실적인 기준을 세우고 찾아보기 시작했죠. 대출 조건과 자금 계획을 공부하면서 생각보다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Q. 디딤돌대출을 이용하셨다고요. 대출 상품을 찾고 실제 승인을 받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나요?

유진호: 신혼집을 준비하면서 대출 상품을 하나씩 찾아봤어요. 그중 정부가 지원하는 디딤돌대출의 금리가 가장 낮다는 것을 알게 됐죠. 저희도 대상이 될 수 있을지 소득과 자산 조건을 하나씩 확인했고, 다행히 조건에 맞았어요. 금리가 낮은 대신 확인할 내용과 준비할 서류가 많았어요. 블로그에서 실제 이용 후기를 찾아보고, 은행에도 계속 확인하면서 서류를 준비했어요.

Q. 첫 집을 마련하며 가장 크게 배운 금융 원칙은 무엇이었나요?

유진호: 처음부터 금융이나 부동산 지식이 많았던 것은 아니에요. 집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표만 있었죠. 대출을 알아보면서 DSR과 LTV 같은 용어도 처음 접했고, 원리금균등상환과 원금균등상환의 차이도 그때 배웠어요. 디딤돌대출에는 체증식 상환 방식이 있다는 것도 정보를 찾으면서 알게 됐고요. 은행에서는 상품을 설명해주지만, 어떤 방식이 저희 부부에게 적합한지는 결국 직접 판단해야 했어요. 큰 금액이 오가는 상품일수록 다른 사람에게 맡기기보다 내용을 이해한 뒤 결정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Q. 첫 집은 두 사람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유진호: 현재 집은 거주하는 공간이면서 자산을 늘리기 위한 첫 번째 기반이기도 해요. 구체적인 금액을 목표로 정해두기보다 30대 안에 실거주 가치가 더 높은 집으로 갈아타는 것이 첫 번째 목표예요. 처음 집을 살 때도 완벽한 선택을 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다만 저희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범위를 공부하고, 두 사람이 납득할 수 있는 결정을 내렸다는 점에 의미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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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짠테크’를 즐기는 유진호 부부. 눈 쌓인 올림픽공원에서 촬영한 사진이 삿포로 분위기를 풍긴다.

Chapter 4. 투자는 멈추지 않는다

유진호는 처음 주식을 시작했을 때 개별 종목을 사고팔았다. 하루 동안 매수와 매도를 반복해 수익을 낸 경험도 있다. 하지만 시장 변동성을 겪으면서 다음 날의 주가를 정확히 예상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주변 사람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수익을 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조급한 마음에 뒤늦게 매수하기도 했다. 고점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기회를 놓칠까 두려워 따라 산 것이다. 이 경험은 유진호에게 다른 사람의 속도보다 자신의 원칙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려줬다.

Q. 다른 사람의 수익을 보고 뒤늦게 주식을 산 적이 있나요?

유진호: 반도체 주가가 크게 오를 때 주변에서 수익을 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이미 많이 올랐다고 생각하면서도 조급한 마음에 따라 매수했죠. 전형적인 FOMO였던 것 같아요. 그 경험 이후에는 다른 사람의 수익에 흔들리지 않고 제 속도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다시 느꼈어요. 조급해질 때마다 ‘내 페이스대로 차근차근 가자’고 생각해요. 운동도 단기간에 결과가 나오지 않잖아요. 투자도 결국 꾸준함이 중요하다고 봐요.

Q. 개별 종목에서 ETF 중심으로 투자 방식을 바꾼 이유는 무엇인가요?

유진호: 단기적인 수익을 쫓기보다 오랫동안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자산에 투자하는 방식이 저와 더 잘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ETF는 시장 전체에 투자하면서 위험을 분산할 수 있고, 시간을 제 편으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이 좋았어요. 현재 ISA 계좌에서는 미국 지수 추종 ETF와 배당 ETF를 약 8대 2 비율로 가져가고 있어요. 아직 젊고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안정성보다 성장성에 조금 더 비중을 둔 편이에요. 전체 투자 금액의 일부는 반도체 ETF처럼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분야에도 투자하고 있고요. 연금저축 계좌에서는 미국 지수 추종 ETF를 중심으로 장기 투자하고 있어요. CMA에는 비상금을 별도로 보관해 투자 자금과 섞이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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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 쿠킹 라이브러리에 방문한 부부. 카드 멤버십 서비스 등 소비 생활에 제공되는 서비스를 찾아 애용하며 지출을 줄인다.

Q. 부부가 함께 투자하지만 공부하는 분야는 나눴다고요. 자산 관리를 한 사람에게 맡기지 않고 각자의 분야를 나눠 공부하는 방식에는 어떤 장점이 있나요?

유진호: 주식이나 금융 상품처럼 시장 흐름을 계속 확인해야 하는 분야는 제가 공부해요. 남편은 부동산 정보와 투자 방향을 주로 살펴보고요. 각자 맡은 분야는 다르지만 중요한 결정은 반드시 함께 이야기한 뒤 내려요. 두 사람이 모든 분야를 똑같이 공부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각자 관심이 있는 부분을 맡고, 내용을 공유하면서 큰 방향을 함께 정하는 방식이 저희에게 잘 맞아요.

Q. 부동산과 ETF 두 자산의 균형은 어떻게 맞춰갈 계획인가요?

유진호: 부동산은 실거주와 자산 가치 상승을 위한 핵심 자산으로 보고 있어요. ETF는 매달 현금을 투입하면서 장기적으로 복리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금융 자산이고요. 앞으로도 두 가지를 함께 가져갈 생각입니다. 나이가 들고 자산 규모가 커지면 배당이나 안정형 자산의 비중을 조금씩 늘릴 계획이에요. 지금은 빠른 수익보다 꾸준히 자산을 쌓고, 시장에서 오래 버틸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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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월드 밖에서 즐기는 크리스마스

유진호 부부에게 돈 이야기는 자연스러운 대화 주제다. 한 사람은 금융시장을 살피고, 다른 한 사람은 부동산을 공부하기에 얘기할 거리도 많다. 목표는 돈을 모으는 생활을 오래 반복하는 것이 아니다. 모아둔 자산으로 원하는 집과 시간을 선택할 수 있는 단계에 도달하는 것이다. 유진호에게 가장 큰 자산은 첫 아파트도, 주식 계좌의 수익률도 아니다. 조급해하지 않고 저축을 계속하는 습관과 두 사람이 함께 판단하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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