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뱅이무침에 시원한 맥주 한 잔,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도는 조합이죠. 그런데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골뱅이의 무려 90%가 한국으로 온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심지어 영국 어부들은 골뱅이를 먹지도 않으면서, 오직 한국 수출을 위해 바다로 나간다고 해요. 오늘은 한국인의 골뱅이 사랑이 어떻게 지구 반대편 어부들의 삶까지 바꿔놓았는지, 그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골뱅이의 고향이 을지로가 된 사연
골뱅이는 사실 특정 생물의 이름은 아니에요. 나선 모양의 껍데기를 가진 연체동물을 통틀어 '고둥'이라고 부르는데, 골뱅이는 이 고둥을 가리키는 방언이에요. 우리가 주로 먹는 건 '물레고둥'으로, 차가운 북쪽 바다에서 많이 잡혀요. 물이 차가울수록 쫄깃한 식감이 살아나거든요.
🐚 원래 골뱅이는 상하기 쉬운 해산물이라 산지 근처에서만 먹을 수 있었는데요, 우리나라에서는 1960년대 골뱅이 통조림이 만들어지면서 다른 지역에서도 골뱅이를 즐길 수 있게 됐어요.
🎬 이 골뱅이의 '성지'라고 불리는 곳은 서울 한복판, 을지로예요. 1970~80년대 을지로 삼가 일대에는 극장이 많았고, 영화 포스터를 찍는 인쇄소들이 밀집해 있었어요. 디자이너와 편집자들이 일을 마치고 맥주 한 잔에 안주로 골뱅이를 곁들이면서 '을지로 골뱅이'가 탄생했는데요, 통조림 골뱅이에 파채, 마늘, 고춧가루, 북어채를 버무린 이 메뉴가 바로 그때 만들어진 거예요. 🏢 이후 1980년대에 지하철 2호선 을지로 구간이 개통되면서 이 일대에 오피스 타운이 형성됐어요. 인쇄 골목의 노동자들뿐 아니라 화이트칼라 직장인들도 퇴근 후 골뱅이무침에 맥주를 즐기기 시작했죠. 입소문을 타고 을지로 골뱅이는 순식간에 명물이 됐고, 1980년대 중반부터는 골뱅이 전문점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지금의 '골뱅이 골목'이 형성된 거랍니다.
영국 어부들이 한국에 골뱅이를 보내는 이유
문제는 골뱅이가 너무 잘 팔렸다는 거예요. 1980년대 후반부터 동해에서 골뱅이 씨가 마르기 시작했는데요, 선주들에게 선수금을 줘도 원하는 물량을 구할 수 없을 정도였죠. 국산 골뱅이 가격은 치솟는데 통조림 가격은 마음대로 올릴 수 없으니, 제조사들이 하나둘 문을 닫기 시작했어요. 당시 20여 개에 달했던 골뱅이 통조림 업체들이 줄줄이 사라졌죠.
🌍 살아남은 업체들은 해외로 눈을 돌렸어요. 중국, 베트남, 칠레, 캐나다 등 여러 산지를 뒤졌지만, 맛이 비리고 육질이 무르거나, 가격이 너무 비쌌다고 해요.
🇬🇧 그러다 발견한 게 바로 영국산 골뱅이예요. 북해의 차가운 수온 덕분에 식감이 쫄깃하고, 크기도 국산보다 1.5배나 컸는데요, 게다가 영국에서는 골뱅이를 '바다 달팽이'라고 여겨서 아무도 안 먹었거든요. 그물에 걸리면 그냥 바다에 던져버릴 정도였죠.
🤔 한국 기업들이 골뱅이를 사겠다고 찾아오자 영국 어부들은 어리둥절했어요. 이런 걸 왜 먹냐는 반응이 대부분이었죠. 하지만 막상 거래를 시작하니 수요가 어마어마했어요. 지금은 영국 어부들이 오로지 한국인을 위해 골뱅이를 잡고 있다고 할 정도예요. BBC 인터뷰에서 한 어부는 20년간 골뱅이로 생계를 유지했다면서, 잡는 골뱅이는 전부 한국으로 보낸다고 말하기도 했죠.
😰 재미있는 건 영국 어부들이 한국의 경제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거예요. 한국 경제가 흔들리면 골뱅이 수요가 줄고, 그러면 영국 어부들의 수입도 직격탄을 맞기 때문이죠. 실제로 1998년 외환위기 때 영국 현지 골뱅이 가공 공장 절반이 문을 닫았고, 코로나19 팬데믹 때도 사정이 좋지 않았어요. 그래서 영국 웨일스 해변의 어부들 사이에서는 한국인들이 골뱅이를 평소대로 즐길 수 있도록 한국의 안전을 기도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고 해요.
골뱅이, 점점 귀해진대요
📉 최근 골뱅이 시장에는 빨간불이 켜졌어요. 어획량은 줄었는데, 수요가 계속 늘어나면서 영국에서도 골뱅이 개체수가 줄어들 위기에 처한 거예요. 이에 영국 정부는 2024년부터 본격적인 규제에 들어갔는데요, 크기가 작은 어린 골뱅이는 잡을 수 없고, 어획 가능 해역도 해안에서 멀리 떨어진 바다로 제한했어요. 💸 규제의 영향은 즉각 나타났어요. 소형 어선을 운영하는 어민들은 어획량이 20~30% 줄었다고 토로했고, 한국 수입업체들도 골뱅이 통조림 가격을 크게 올려야 했는데요, 골뱅이는 양식이 불가능해서 100% 자연산에 의존하는데, 공급이 줄어드니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죠. 게다가 골뱅이만 잡던 영국 어부들이 새우나 랍스터로 눈을 돌리면서 전체 어획량은 더 줄어들고 있고요.
🍷 설상가상으로 해외에서도 골뱅이 수요가 늘고 있어요. 프랑스에서는 비싼 달팽이 대신 골뱅이를 요리에 활용하기 시작했고, 화이트와인 안주로 데친 골뱅이를 즐기는 식문화도 퍼지고 있죠. 최근에는 호주, 베트남 등에서도 골뱅이 소비가 늘고 있다고 해요. 한국의 골뱅이 사랑은 여전한데, 경쟁자까지 생긴 셈이에요.
을지로 골목의 소박한 안주에서 시작해 전 세계 바다를 뒤흔드는 식재료가 된 골뱅이, 앞으로도 마음껏 즐길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