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할리우드에서 ‘차세대 스칼렛 요한슨’ 혹은 ‘차세대 나탈리 포트만’이라는 수식어로 데뷔한 틸리 노우드(Tilly Norwood)를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출처: CBC News 유튜브
지난 9월, 틸리 노우드가 대형 배우 에이전시와의 계약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할리우드 업계가 발칵 뒤집혔어요. 그 이유는 바로 틸리 노우드가 인간이 아닌 AI 배우이기 때문이에요. AI 엔터테이너는 틸리 노우드 이전에도 여럿 있었지만, 이번 틸리 노우드의 등장은 단순한 기술적 실험을 넘어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구조적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경고가 나와요.
AI가 쓴 대본으로 연기하는 AI 배우

틸리 노우드는 영국에서 활동 중인 배우 겸 프로듀서 일라인 반 더 벨덴이 설립한 AI 탤런트 스튜디오 ‘시코이아’에서 탄생했는데요, 지난 7월 시나리오 집필부터 영상 편집까지 AI로만 제작한 코미디 스케치 ‘AI 커미셔너’로 데뷔했죠.
틸리 노우드를 포함해 16명의 AI 배우가 챗GPT가 쓴 대본을 바탕으로 연기를 펼쳤어요. 영상의 편집도 전부 AI가 수행하면서 인간의 개입 없이 콘텐츠를 성공적으로 제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어요. 다만, 유머, 타이밍, 미묘한 감정 표현과 같은 고차원적인 영역은 아직 엉성하다는 반응이 많아요.
지난 9월에는 스위스 취리히 영화제 회견장에서 틸리의 프로듀서인 벨덴이 여러 대형 배우 에이전시에서 틸리 노우드에 영입 의사를 밝혔으며 곧 계약을 체결할 것이라고 발표했어요.
보이콧 선언한 할리우드
할리우드는 이미 2년 전 AI로부터 창작자 및 실연자의 권리를 보호하라는 총파업을 진행한 적 있는데요, 이 발표 이후 또다시 큰 파장이 일어났어요.
에밀리 블런트, 마리 윌슨, 소피 터너, 카메론 카우퍼스웨이트 등 많은 할리우드 배우가 틸리 노우드에 대해 방송이나 SNS로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고, 멜리사 바레라는 에이전시 보이콧을 촉구했어요.
미국 배우·방송인 노동조합(SAG-AFTRA)은 “틸리의 연기는 수많은 실제 배우들의 연기 데이터를 무단 학습한 결과물”이며 “무단 도용한 연기로 배우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인간의 예술성을 훼손한다”라고 강하게 비판했어요. 틸리와 관련해 업계의 가장 강력한 반발은 ‘얼굴 짜집기’ 문제예요. 배우 수천 명의 데이터를 학습해 만들어진 틸리가 정식 배우로서 에이전시와 계약해 수익을 낸다면 퍼블리시티권(초상·음성·연기 권리)과 저작권 침해 문제가 제기될 수 있어요.
AI 학습 과정 자체가 저작권 침해가 될 수 있는지는 미국에서도 아직 주요한 쟁점이에요. 🇺🇸 지난 2023년 뉴욕 타임스가 오픈 AI가 GPT 모델 학습에 뉴욕 타임스의 기사를 무단 도용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는데, 이 재판 결과에 따라 AI 배우도 저작권 침해인지 가려질 것으로 보여요. 🇰🇷 한국의 경우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만 저작권 보호 대상으로 삼고 있어 AI가 만든 창작물은 아직 저작권 보호 대상이 아니에요.
거부하기 어려운 제작비 절감 효과
하지만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서는 경제적인 이유로 AI 배우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나와요.
틸리 노우드를 제작한 스튜디오에 따르면 AI 배우를 활용할 경우 제작비를 최대 90%까지 절감할 수 있다고 해요. 이 수치가 다소 과장됐다고 해도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는 할리우드 영화 산업에서 AI 배우의 제작비 절감 효과는 매우 강력한 캐스팅 동기가 되죠.
스타를 발굴하는 에이전시 입장에서도 영원히 젊음을 유지하고 작품 외적인 영역에서도 완벽히 통제가 가능한 AI 배우는 매력적인 영입 대상이에요. 틸라 노우드의 프로듀서인 벨덴은 “틸리는 인간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애니메이션·인형극처럼 AI도 이야기를 만드는 새로운 도구일 뿐”이라며 “AI 캐릭터는 인간 배우와 비교하기보다는 (애니메이션 등처럼) 독립된 장르로 평가해야 한다”라고 주장했어요. 어쩌면 가까운 미래에 AI 배우가 인간 배우와 함께 영화 시상식에 출연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