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어떻게 써야 행복할까요?
돈, 어떻게 써야 행복할까요?
부모님의 이력서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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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5.08
2025.05.08

부모님의 이력서📮 복잡한 금융 생활 속에서 어떻게 길을 찾아야 할까요? 가장 가까이에 있는 인생 선배, 부모님께 질문했습니다.

나의 엄마 우정아 씨 이야기

우정아 씨는 1965년 언니 넷과 오빠 둘이 있는 집의 막내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예쁜 옷을 좋아했던 정아 씨는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시골에서 언니들이 입던 옷을 직접 수선해 입었다. 수려한 용모는 서비스직에서 빛을 발한다. 1986년, 백화점 카페에서 일하다가 스카웃을 받고 호텔에서 일하게 된다. 스물 넷, 수원에서 자리 잡은 언니들을 따라 거처를 옮겨 수원 삼성 공장에서 일했다. 1990년 남편을 만나 결혼했다.

열여덟의 우정아 씨. 또렷한 이목구비가 눈에 띈다.

곁눈질로 배운 일, 세상과 연결하는 끈이 되다

결혼 후 남편의 회사를 따라 이사를 했고, 아는 사람 하나 없는 타지에서 정아 씨는 세상과 단절됐다. 그러다 이웃집에서 곁눈질로 피부 관리를 배웠다. 돈을 벌기 시작한 일은 엄마를 다시 세상과 연결해주는 끈이 되었다.

- 피부 관리 일은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거야? 서울 살 때 옆집 아줌마가 집에서 침대를 놓고 숍으로 꾸며서 피부 관리를 했어. 그걸 보고 내가 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 그 집에 놀러 가서 손님들 오면 마사지 핸들링 하는 걸 옆에서 본 거야. 팩이나 거즈 같은 재료도 어디서 갖다가 쓰는 건지 물어보고 했어. 우리 살았던 아파트가 5000세대가 넘잖아. 홍보 포스터를 만들어서 단지에 돌아다니면서 붙이고 다녔지. - 그때 한 달에 얼마 정도 벌었어? 그때 손님이 한 20명쯤 됐나? 마사지 할 때마다 돈을 주는 게 아니라 횟수로 끊어서 했어. 마사지 1회에 3만 원 정도였고 10회권으로 선결제 받았어. 보통 30만 원, 100만 원씩 끊어서 다니는데, 한 사람이 끝나고 나면 다른 사람이 들어오고 그랬지. 계속 다니는 사람도 꽤 있었어. 한 달 수입이 100만 원에서 200만 원 가까이 되었을 거야. 현금을 좀 벌긴 했지.

- 그 돈은 어디에 썼어? 처음에는 내가 번 돈으로 텔레비전도 사고 소파도 샀어. 아빠가 이런 살림살이 사는 걸 싫어했잖아. 근데 어떤 손님한테 그 말을 했더니 절대 그러지 말라는 거야. 자기도 그렇게 했는데 다 훌훌 써버리고 남는 게 없대. 내가 돈을 꽉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거야. 그 말을 듣고 돈을 모으기 시작했어.

아빠가 회사에서 뽑아온 광고 포스터를 동생과 함께 붙이고 다니던 기억이 선명하다. 집에는 항상 새로운 사람들이 왔다. 현관문 가까운 방에는 마사지 베드가 두 개 놓여 있었다. 손님이 오면 엄마는 활기차게 일했다. 하하호호 수다 떨며 일하는 엄마는 그 어느 때보다 신나 보였다. 엄마가 수기로 쓰던 장부는 빼곡했고, 파일 철 되어 있던 회원카드는 항상 두툼했다.

집 밖에 나가면서 세상이 넓어졌다

2006년, 엄마는 화장품 방문 판매를 시작한다. 또래와 어울려 다닐 수 있고, 출퇴근 시간이 없으니 아이를 돌보며 일할 수 있었다. 이는 정아 씨가 화장품 방판으로 10년 이상 근속하는 원동력이 됐다.

- 방문 판매 일은 어떻게 하게 된 거야? 손님들 마사지를 해주다 보니까 어깨가 너무 아픈 거야. 그리고 집에서 사람들을 기다리는 게 언젠가부터 답답하더라고. 밖에 돌아다니면서 일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 근데 어떤 손님이 설화수 화장품이 너무 좋다는 거야. 그래서 아는 사람 통해서 화장품을 팔기 시작했지. - 방문 판매를 10년이나 했잖아. 엄마가 재밌게 했던 거 같아. 그치.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랑 모임도 만들고 맛있는 거 먹으러 다니고. 소장이 “어딜 그렇게 다녀~" 하면서 맨날 뭐라고 그랬어. 하하하. - 아빠도 돈을 벌었는데, 일을 계속 했던 이유는 뭐야? 당연히 돈도 벌고 싶었고, 자유롭게 내 생활을 하고 싶기도 했어. 집에만 있으면 내가 왠지 뒤떨어지는 것 같더라고. 나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어.

엄마는 피부 관리를 하면서 모은 돈으로 하고 싶은 것들을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혼자 운전면허를 따고, 방문판매를 하며 본격적으로 차를 몰기 시작했다. 중고차 베로나로 시작해 새 차 소나타까지 멈추지 않고 달렸다.

-운전은 언제 시작한 거야? 1999년쯤 사람들이 다 운전면허증을 따는데, 나도 운전을 하고 싶은 거야. 어디 가고 싶으면 아빠한테 부탁을 해야하잖아. '그래, 내가 운전을 해가지고 가고 싶은 데도 마음껏 가야지.’ 하는 마음이 딱 들었어. 그래서 몰래 운전면허 접수를 한 거야. 혼자 연습해서 한 번에 다 땄어. - 차는 어떻게 샀어? 방판을 하면서 물건을 차에다 싣고 다녀야 되니까 중고차를 샀지. 그 차를 5년 타니까 자꾸 고장이 나는 거야. 수리를 하려면 한 200만원이 들어간대. 그래서 새 차를 샀어. 중고차도, 새 차도 다 내가 일해서 번 돈으로 산 거야. 나는 쓸 건 쓰고 할 건 하고 사는 성향이야. 움켜쥐고 있으면 뭐 해. 그렇다고 낭비하는 것도 아니고, 내가 꼭 필요한 거는 사고 살아야지.

돈은 행복지수를 높여주는 것

- 엄마에게 돈이란 뭐야? 삶의 행복 지수를 높여주는 거. 나만 잘 먹고 잘 사는 게 아니라 주변 사람들한테 베풀면서 살고 싶어. 내가 밥이라도 한 번 더 사고 선물이라도 사주고 싶을 때 필요한 게 돈이니까. - 엄마는 뭘 할 때 가장 행복하고 기분이 좋아? 스트레스 받을 때는 작은 거라도 뭐 하나 사면 그렇게 기분이 좋았어. 백화점 가서 나를 위해서 립스틱이라도 하나 사면 기분이 풀리더라고. 탤런트 김수미가 텔레비전 나와서 그러는 거야. 생일에 남들이 뭐 해주나 안 해주나 기대하지 말고 내가 내 생일을 챙기라고. 나를 축하해주라고. 그래서 그다음부터는 내 생일날 나를 위해서 선물도 사고 그랬어. 그러면 마음이 위로가 되고 그랬어. - 엄마, 마지막으로 물어볼 게 있어. 배우는 데 돈을 써야 할지, 아니면 아껴야 할지 고민돼. 미래를 보고 투자한다고 생각해. 너는 아직 젊으니까 그만큼 투자해서 나중에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미래가 있잖아. 나중에 70살까지 일한다고 생각하면 지금 드는 돈은 적은 편이야. 아까워라 하지 마.

정아 씨는 돈을 벌어서 인생에서 할 수 있는 선택지를 넓혀갔다. 직접 번 돈으로 자신이 가고 싶은 길을 달렸다. 방판 일을 그만둔 뒤에도 끊임없이 도전했다. 요가와 필라테스를 배우고 재즈댄스 대회에도 출전했다. 자신을 위해 돈과 시간을 쓸 줄 아는 엄마를 보고 자란 덕분에 나는 내 삶에도 다양한 선택지가 있음을, 스스로 길을 만들어 낼 수 있음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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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콘텐츠는 '딸세포출판'과 함께 만들었어요. 딸 홍아란 씨가 묻고 엄마 우정아 씨가 답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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