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돈을 벌었던 단 한 가지 이유는
엄마가 돈을 벌었던 단 한 가지 이유는
부모님의 이력서➌
부모님의 이력서➌
2025.04.20
2025.04.20

부모님의 이력서📮 복잡한 금융 생활 속에서 어떻게 길을 찾아야 할까요? 가장 가까이에 있는 인생 선배인 부모님에게 물었습니다.

나의 엄마, 박경화 씨 이야기

나의 엄마, 박경화 씨는 1965년 서울 종로구에서 1남 3녀 중 장녀로 태어났다. 엄마는 어린 경화 씨의 손을 잡고 저녁마다 산에 올랐다. 배는 고픈데 이웃집에 피어오르는 밥 냄새를 참을 수 없어 피신한 거였다. 경화 씨는 다섯 살에 친가에 맡겨져 그 집에서 막내딸처럼 자랐다. 가난을 피한 덕에 배움을 가까이 할 수 있었다. 명문 중고등학교를 다니는 내내 1등을 놓치지 않았다. 자기만의 꿈을 가질 법도 한데 경화 씨의 꿈은 한결 같았다. “집안을 일으켜 세워야겠다는 생각뿐이었어.” 고등학교 졸업 후 경리로 일하던 경화 씨는 직장에서 만난 남자와 결혼한다. 스물 셋, 1988년의 일이다.

가게만 열었다 하면 문전성시 “니들 어떻게 키웠는지 기억도 안 나”

🚪 가난한 집 장녀로 태어난 경화 씨는, 친정 세간살이 중에서도 하필 장롱을 바꿔주고 싶어 했다. 1980년대에도 장롱은 혼수로 해갈 정도로 값비싼 물건이었다. 그만큼 통이 컸다. 돈을 벌면 벌고 쓰면 썼지, 중간이 없는 경화 씨의 배포는 결혼 후 닥친 격랑 앞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남편의 빚을 갚기 위해 시작한 자영업은, 부대찌개 가게부터 시작해 신발 가게, 옷 가게를 거쳐 가구점으로 확장하기에 이른다. 경화 씨가 가게만 열었다 하면 손님으로 가득했다.

회사 다닐 때 입던 투피스 정장을 오랫동안 가지고 있었다는 경화 씨. 아담한 키와 달리 굉장히 통이 크다.

- 장롱은 샀어요? 응, 샀지. 첫 월급을 다 털어서 샀어. 몇 달 뒤에 결혼하면서 일을 그만뒀는데, 아빠 사업이 망하면서 빚이 8500만원이 생긴 거야. 네 아빠가 벌어오는 돈으로는 빚을 갚기에 부족하니까, 그때부터 부대찌개 장사를 시작했어. 그렇게 벌어서 정말 너네 우유 값 빼고는 다 빚 갚는 데 쓴 것 같아. 그 빚을 갚는 동안 너무너무 힘들어서 너희를 어떻게 키웠는지 기억도 안 나. 그래도 지나가더라, 시간이. - 많은 일 중에 왜 장사를 했어요? 네가 한 살, 언니가 두 살, 이렇게 연년생인데 어디 출근하면서 일을 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어. 그러니까 장사를 한 거지. 내 가게면 너희들을 데리고 있을 수 있고, 놀이방에 갔다 가도 엄마 가게로 오면 되잖아. 나중에 가구점 할 때는 침대가 있으니까 너희 오면 거기 눕혀서 낮잠도 재우고, 얼마나 좋아. 그게 다 내 가게니까 가능한 일이지. 그 빚도 다 갚고 나중에 아파트 사서 이사 갔잖아. 그 아파트도 내 이름으로 대출받았는데, 어쨌든 나중에 다 갚았지. - 빚을 다 갚고 난 다음에는 뭘 하고 싶었어요? 건물 하나 내 걸로 만들어놓고, 그 월세 받아서 너희를 외국에서 키우려고 했어. 한국은 너무 작잖아.

🏠 엄마는 늘 건물을 사고 싶어 했다. 내가 아는 시도만 해도 세 번이 넘는다. 2000년대 초반, 경화 씨는 3층짜리 상가 건물을 실제로 매입하기에 이른다. IMF외환위기 여파로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지 않았을 무렵이다. 그러나 아빠는 엄마의 경제적 수완을 탐탁지 않아 했다. 오로지 집에서 살림만 하기를 원했다. 내가 열네 살이 되던 해, 결국 두 분은 이혼했다. 나와 언니는 아빠의 집에 남고, 엄마는 먼저 짐을 챙겨 떠났다.

3평 옷가게에서 일궈낸 세 모녀의 해방

👚 이혼 후, 엄마는 홀로 집을 나가 다시 가게를 열었다. 3평짜리 작은 옷가게였다. 엄마가 가진 전 재산 770만 원으로 시작할 수 있는 최선의 장사였다. 그 가게는 손님이 두 명만 들어와도 꽉 찰 정도로 작았는데, 엄마는 오히려 손님이 많아 보인다고 좋아했다. “첫날 문 열었는데 30만 원 어치를 팔았어.”

- 하루 매상이 30만 원이면 많이 판 거예요? 그치, 3평 가게에서 팔 수 있는 최대치였어. 가게가 더 컸으면 더 많이 팔았을 거야. 그렇게 매일 장사해서 여기서 방 한 칸 얻고, 너희한테도 가고, 가서 돈도 주고, 다시 물건해서 채워 넣고 했지. 그러다 가게를 확장했어. 처음 얻은 가겟세가 30만원, 옆 가게를 70만원에 얻어 벽을 텄어. 한번은 단골손님이 그런 얘기를 하더라고. “이 집은 올 때마다 가게가 막 넓어져 있고 대단하다.” 그때 ‘내가 이렇게 키운 거구나’ 하고 뿌듯한 마음이 들었어.

빚을 갚기 위해 시작한 장사지만 엄마는 그 안에서 자기 적성을 발견했다.

- 어떻게 그렇게 장사가 잘될 수 있었던 거예요? 나는 속옷부터 양말까지 싹 다 맞춰주잖아. 내가 코디해서 입혀주면 손님이 “이거 너무 좋다, 나한테 딱 맞네.” 하면서 정확히 그렇게 사가. 그러고 나면 손님들이 엄마 가게밖에 못 와. 어릴 때부터 그랬어. 어깨 딱 접는 종이 인형을 만들어서 친구들한테 팔았거든? 그거 색칠해서 주면 애들이 옷까지 세트로 사 가고 그랬어. 하하. - 그래서 엄마 가게에 맨날 출근 도장 찍는 단골이 있는 거군요. 응, 맞아. 몇몇 단골은 엄마 가게에 오는 게 유일한 낙이야. 그래서 가게 문을 닫을 수가 없어. 사실 나는 가게 매상이 안 나올까 봐 매일 불안해. 그래도 손님들이 인정해주니까 버티는 거지. 옷가게 일 자체는 재미있으니까 이렇게 계속하는 것 같아.

자신이 가장 잘하는 일, 좋아하는 일로 꾸준히 돈을 벌고 있다.

엄마가 돈을 벌어 진짜 사고 싶었던 것은

엄마는 가게를 넓힌 것으로도 모자라 여러 곳에 가게를 냈다. 그렇게 열심히 장사를 하고 돈을 모은 덕분에 몇 년 뒤 우리 세 모녀는 다시 한 지붕 아래 모일 수 있었다. 엄마에게 돈을 번다는 것은 단순히 부를 축적하는 것이 아니다. 이혼하고 딸 둘을 키워온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수단이었다. 하지만 배포가 큰 만큼 꿈도 컸던 엄마는, 자신을 증명하려는 마음이 커질수록 조급함도 커졌다. 그러다 결국 사기에 휘말려 큰돈을 잃었다.

- 엄마한테는 돈이 왜 그렇게 중요해요? 너네가 스무 살, 서른 살 되면 해줘야지, 했던 것들이 있는데 그게 너무 안 되어 있어서 마음이 되게 조급해. 내가 이혼하고 나와서 아이들까지 고생을 시키는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정말 안 좋아.

얼마 전, 내가 직장에서 속상한 일이 있었다는 얘기를 하자 엄마가 언성을 높였다. “네가 강남에 건물 하나 있으면, 사람들한테 그렇게 쩔쩔매겠니? 기다려, 엄마가 빨리 돈 벌어서 편하게 살게 해줄게!

- 엄마, 저도 쉬고 싶은데 뒤쳐질까 봐 불안해서 못 쉬겠어요. 나는 네가 시간으로부터 자유로운 삶을 살면 좋겠어. 내가 너한테 돈을 벌어서 주려고 하는 이유 중에 하나야. 내가 시간에 매여서 돈 버느라고 모든 인생을 다 썼으니까. - 만약 돈이 충분히 있으면 엄마는 뭘 하고 싶어요? 누워서 TV 보고 싶어. 하루 종일 먹고 놀면서 TV 보고 뒹굴거리고... 그걸 몇 날 며칠 할 수 있으면 좋겠어. 하지만 나한테는 시간이 돈이야. 그렇게 누워 있을 시간에 나가서 장사하면 돈을 벌 수 있잖아.

엄마에게 넷플릭스를 알려드렸더니, 밤이나 새벽에 열심히 보고 있다.

소중한 걸 모두 잊고 산 건 아니었나

엄마에게 돈은 곧 시간이다. 자신의 시간을 팔아 돈을 벌고, 그렇게 번 돈으로 두 딸에게 시간을 사주려 한다. 하지만 두 딸이 원했던 건 엄마가 곁에 있어 주는 것이었다. 엄마에게 돈이 충분하다면 가게 문을 닫을 수 있을까? 매일 가게에 나가는 게 힘들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엄마는 이렇게 답했다. “가게에는 늘 불이 켜져 있어야 해. 그래야 손님이 떠나지 않아. 나는 여기를 지키고 있는 거야, 새벽에 문 열고 밤늦게까지. 그래도 나는 괜찮아. 지금도 돈 버는 거 하나는 자신 있어.”

⭐️ 엄마가 바라는 쉼은 대단한 것이 아니었다. 누워서 TV를 보는 것, 편히 뒹굴거리는 것. 어렵지 않은 것임에도 엄마는 쉬지 않고 계속 가게에 나간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엄마가 쉴 수 있을까? 별을 쫓는 엄마에게, 진짜 소중한 건 등 뒤에 있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었다.

이 콘텐츠는 '딸세포출판'과 함께 만들었어요. 딸 박하람 씨가 질문하고 엄마 박경화 씨가 답변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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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싹' 고생한 우리 부모님 이야기 여기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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