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자요리는 식재료를 분자 단위로 연구해서 만드는 요리예요. 식재료가 가진 물리적, 화학적 특성을 이용해 분자구조를 변형시켜 음식의 다양한 형태와 질감을 만들어내는데요, 대표적으로 솜사탕, 액화질소 아이스크림, 김치 젤리 등이 있어요.
최근 넷플릭스의 요리 경연 예능 프로그램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이 큰 인기를 끌면서 파인다이닝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어요. 식당 예약 플랫폼 '캐치테이블'에서 파인다이닝 예약 증가율은 지난달 26일 기준 전주 대비 150% 올랐다고 하는데요, 이런 열풍에 주목해 흥미로운 파인다이닝의 세계부터 수익성과 운영 구조까지 알기 쉽게 정리했어요.
음식이 아니라 예술을 판다
파인다이닝(fine dining)은 ‘질 높은’ ‘좋은’이라는 뜻의 fine과 ‘식사’라는 뜻의 ‘dining’이 합쳐진 말로, 비싼 코스 요리가 나오는 고급 레스토랑을 의미해요. 파인다이닝에선 가정에서 만들기 어려울뿐더러 일반적인 음식점에선 경험할 수 없는 독특한 메뉴를 선보여요. 단순히 고급 음식을 넘어서 식사 자체의 고급화를 추구하기 때문인데요, 최상의 식재료와 맛, 모양과 플레이팅, 식당의 분위기와 서비스, 셰프의 철학이 담긴 스토리텔링까지 모든 것이 조화를 이뤄야 하죠. 그래서 전국 또는 전 세계에서 공수해 온 귀한 재료는 기본이고, 액화질소를 이용한 요리나 거품 추출법, 진공 저온 조리법(수비드) 같은 기술을 활용해 음식을 만들어요.
코스로 나오는 메뉴를 조금씩 여유롭게 먹기 때문에 식사 시간이 길어요. 런치는 최소 1시간에서 3시간, 디너는 2시간에서 길게는 5시간까지 이어지기도 해요. 파인다이닝은 높은 가격대 때문에 진입장벽이 높은 편이라는 점도 특징인데요, 국내 파인다이닝은 보통 1인당 런치가 최소 5만 원, 디너는 최소 10만 원부터 시작하죠.
📌 작년에 폐업 후 재오픈을 준비중인 미슐랭 3스타 안성재 셰프의 파인다이닝 ‘모수’는 런치 21만 원, 디너 37만 원으로 알려졌어요. 와인 페어링까지 합하면 1인당 50만 원을 넘을 정도예요.
화려한 파인다이닝, 하지만 실상은
비싼 값을 받는 만큼 이익이 어마어마할 것 같지만, 사실 파인다이닝의 사업성은 마이너스에 가까워요. 마진이 남으면 다행인 수준이고, 생존을 위해 영업일수나 코스 구성을 줄이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해요.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파인다이닝의 최대 마진율(원가 대비 순이익의 비율)은 아주 이상적인 경우 5%에 불과해요. 고급 바가 최대 30%, 외식 가맹점이 10~15%의 마진율을 기록하는 것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죠.
🔮 미쉐린의 저주, 들어보셨나요?
미쉐린 별을 다는 건 파인다이닝을 운영하는 셰프들의 꿈이지만, 막상 미쉐린 별이 꼭 성공을 보장해주는 건 아니에요. 미쉐린 별을 받고, 유지하려면 투자가 쭉 이어져야 하는데 이러는 과정에서 경영난에 빠질 수 있거든요. 실제로 우리나라 미쉐린 3스타 파인다이닝 ‘가온’의 폐업과 ‘모수’의 휴업 결정은 운영난 때문이었죠. 또한, 별을 지키기 위한 셰프들의 스트레스도 무시할 수 없는데요, 프랑스 유명 요리사 베르나르 루아조와 스위스 유명 셰프 브누아 비올리에는 미쉐린 3스타 유지의 부담감을 이기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어요.
최고의 레스토랑이 수익을 내기 어려운 이유
그렇다면 파인다이닝이 수익을 내지 못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요? 통상 식당이 수익을 얻기 위해선 우선 테이블 회전율을 높여 매출을 빠르게 늘려야 하는데, 식사 시간이 한 끼에 2시간 정도 되는 파인다이닝에서 테이블 회전율이라는 개념은 있으나 마나 한 수준이에요. 소수의 정해진 예약 손님만 받으니 애초에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가 아니죠. 여기에 비싼 고급 식재료를 사용하는 탓에 수익 창출은 더욱 어렵습니다. 고가의 식재료가 모두 쓰이는 것도 아니고, 그중에서도 가장 최상의 부분만 사용하기 때문에 재료를 다듬고 조리하는 과정에서 버려지는 것들도 많아요.
👨🍳 이렇게 재무적 측면에선 파인다이닝의 이점이 거의 없는데도 계속되는 이유는 셰프의 자존심 때문이에요. 파인다이닝은 셰프의 자기표현에 가깝고, 완벽한 파인다이닝을 만들어내는 건 셰프 인생의 가장 큰 목표에 가깝다고 볼 수 있어요.
화려한 플레이팅과 정교한 기술, 세심한 디테일까지 우리의 눈과 입을 즐겁게 해주는 파인다이닝. 흑백요리사 열풍과 함께 시들해졌던 파인다이닝 시장이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쏟아지고 있는데요, 이번 기회로 파인다이닝은 미식가들만의 문화가 아닌 대중에게도 친근한 곳이 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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