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마다 보이는 커다란 조형물의 정체는?
건물마다 보이는 커다란 조형물의 정체는?
'이것' 때문에 생긴 거래요
'이것' 때문에 생긴 거래요
2024.01.05
2024.01.05

서울 강남 포스코센터 앞을 지나갔던 분들이라면 한 번쯤 보셨을 수도 있는 커다란 조형물이 있어요. 가로 11미터, 세로 6미터. 거대한 고철 덩어리로 보이기도 하는 이 조형물의 이름은 <아마벨>이에요.

아마벨
프랭크 스텔라 <아마벨>

아마벨은 미국의 작가 프랭크 스텔라가 만든 작품으로, 비행기 잔해 등의 고철로 꽃을 표현했대요. 1996년 포항제철이 당시 돈으로 20억 원을 들여 의뢰한 작품이에요. 만드는 동안 웃지 못할 일도 있었어요. 현장에서 스테인리스 조각을 짜맞추는 작업을 하던 어느 날, 고철장수가 못 쓰는 철근 덩어리인 줄 알고 몇 조각을 집어가기도 했대요. 일반인이 보기에는 다소 투박한 모습인데요, 그래서인지 '흉물' 논란이 일기도 했어요. 2016년 미술 전문 매체 아트넷뉴스가 꼽은 전 세계에서 가장 미움받는 공공조형물 10개 중 하나로 꼽혔어요.

도심 한복판 초대형 조형물

🏢 요즘 대형빌딩이 몰려있는 곳에선 이렇게 커다한 조형물을 쉽게 발견할 수 있어요. 서울 광화문 흥국생명 빌딩 앞에서는 계속 망치질을 하고 있는 거인 <해머링 맨>이 있죠. 키가 22미터에 달하는 이 거인은 35초에 한 번씩 망치를 두드리는데, 곳곳에서 자신만의 '망치'를 들고 일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존경심을 담은 작품이라고 해요.

해머링맨
조나단 보로프스키<해머링맨>

🗿서울 롯데시티호텔 앞에는 인사를 하고 있는 푸른색 거인 <그리팅 맨>도 있어요. 이 작품을 만든 유영호 작가는 '인사는 모든 관계의 시작'이라며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 사람의 모양을 만들었다고 하죠.

그리팅맨
유영호 <그리팅 맨>

그가 만든 상암동 MBC 앞 조형물 <미러맨>은 영화 ‘어벤저스 2’에 등장해 화제가 되기도 했어요.

‘1퍼센트법’ 때문이라고?

🗼그런데 왜 도심 한복판에 이렇게 큰 조형물이 보이는 걸까요? ‘1퍼센트법’이라고 불리는 문화예술진흥법 때문이에요. 문화예술진흥법은 모든 층의 바닥 면적을 합해서 1만 제곱미터(약 3,000평)가 넘는 대형 건물을 지으려면, 공사비의 1퍼센트를 미술작품 설치에 사용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죠. 1995년 전까지는 권고 사항에 그쳤지만 그 이후엔 의무가 됐는어요. 상업용 건물은 물론 병원이나 아파트 등도 예외 없이 적용 대상이죠. 1퍼센트법은 사실 미국에서 비롯된 법인데요, 1930년대 대공황으로 생계유지가 힘든 예술가를 지원하기 위해 만든 법안을 벤치마킹 한 거죠.

취지는 좋은데 부작용도 있다고

🗽1퍼센트 법은 도심 내 문화 인프라를 넓히고 문화예술인을 지원한다는 좋은 취지에서 시작됐어요. 하지만 최근엔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받고 있죠. 관련 사업만 전문으로 취급하는 중개업체가 생겨 작품 수주를 두고 리베이트까지 오가고 있다고 해요. 그뿐만 아니라 소수의 유명 예술인만 혜택을 본다는 비판도 나오고, 주변 경관을 고려하지 않아 도심 속 흉물로 방치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어요. 작품 소개가 없는 경우도 많고, 낙서가 가득하거나 모래주머니 등 잡동사니를 쌓아두는 창고로 전락하는 사례도 흔하죠.

💰 그래도 가장 미움받는 조형물이었던 <아마벨>의 경우 지금은 미술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고 해요. 야간에 조명을 투사해 밤의 꽃처럼 보이게 하는 등 노력한 끝에 명품 공공미술로 호평을 받고 있고, 가치가 100억 원대에 이른다는 평가까지 나와요.

길 가면서 자주 만나는 조형물의 정체, 이제는 궁금증이 풀리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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